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제가 하는 일이 상담인걸요’라고 답하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저희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잘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되어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물고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족관, 생태관, 고래 박물관 등등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곳을 많이 찾아다니는데, 신기한 것이 늘 보던 물고기, 집에서도 책으로 보고, 늘 함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를 보러 가면, 소리 지르고 좋아하면서 한 참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여기지 않고 놀라워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잘 듣기 위해서는 잘 놀라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새롭게,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야 놀라워 하면서 들을 수 있고, 그것이 곧 잘 듣기 위한 방법이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의 인생 경험에 빗대어서 ‘어느 정도 알겠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또한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될 때, ‘이미 다 들었던 내용인데 뭘 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우리 나름대로의 추측과 가정과 판단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 그 때 부터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수 년간 여러 상담을 하면서 제가 발견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사건에 대해 재해석하기 시작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시각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즉, 같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더라도 그것을 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때,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귀를 기울이며 ‘그건 뭘까?, 저건 뭘까?’ 궁금해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을 때, ‘아~, 오~, 으흠~, 우와~’ 등 감탄하며 놀랄 수 있다면, 그것이 ‘잘 듣는 것’입니다.
새롭게 알아가야 할 것들도 많이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 속에서도 새로운 앎을 가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작은 것에도 놀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부럽고, 매 순간 놀라움의 연속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세계가 부럽습니다. 저의 세계도 아이들과 같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