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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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타인의 의견을 물을 때, 무조건 나를 지지해주기만을 원하는 것인지, 정말로 듣고 수용하기 위해 묻는 것인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듣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지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저희 기관 선생님들과 19년도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제가 기본적인 틀을 준비하고, 그것을 먼저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되지 않고 있고, 또 다른 의견들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 속에서는 ‘이렇게 하면 더 편하고, 더 효율적일텐데, 왜 이렇게 안하지?’라는 불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몇 차례 더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선생님들의 표정이 충분히 공감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찝찝함을 남겨둔 채로 그 날의 회의가 마쳤습니다. 그 날 밤, 제가 일기를 쓰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지 처음부터 하나, 하나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날 회의에서 겉으로는 선생님들로 하여금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차려놓은 이 밥상에 그저 불평 없이 수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결국 ‘내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잘 따라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속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제 자신이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에 수용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였을까요? 원인은 제가 가진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길었고, 내용도 좀 복잡했는데, 저는 그 부분을 빨리 정리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하며 수용하기보다 내 주장만 더 앞 세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의견을 수용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틀을 깨트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틀을 깨트릴 수 있으려면, 마음의 여유가 중요합니다. 조급하거나, 불안하거나, 걱정거리가 많거나 내 자신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틀을 깨트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나의 틀을 깨트릴 수 있는 상태일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