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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사소한 집안일이 내 삶을 지킵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9-02-12 10:08:25

사소한 집안일이 내 삶을 지킵니다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든 아내를 두고 나와서 홀로 집안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싱크대에 가득 쌓여있던 그릇들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싱크대 선반 위에 일렬로 주르륵 놓여있는 사용한 젖병들이 있기에 다 씻고 소독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내일 가져갈 저의 점심 도시락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음식물이 한 가득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김에 일반 쓰레기도 버리고 왔습니다. 남는 쓰레기 봉투가 아까워 집안 곳곳을 뒤지며 쓰레기를 찾아 가득 채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집안일 이제는 좀 끝이 날까 싶었는데 내일 아이들 먹을 간식을 만들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란을 삶았습니다. 계란을 삶다보니 분리수거를 해야 할 각종 박스와 플라스틱들이 마구 어지러진 채로 있는 것이 보여 분류대로 정리를 했습니다. 이젠 정말 쉬어야 겠다 생각했는데, 평소 아내가 커피 좀 내려놔달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커피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2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집안일을 하면서 하고 있는 내내 정말 사소하고, 하찮고, 귀찮은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고 느껴졌고, 이 시간에 책을 읽는다던지 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가 하고 있는 이 집안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별로 대단하지 않고, 사소하며, 해도 티 안나는 이 집안일이야말로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자세를 기르기에 매우 좋은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해야 하며, 결국 누군가는 해야지만, 우리의 삶이 질서가 잡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빨래를 계속 하지 않는다면, 처음에야 다른 옷을 꺼내 입는 다지만 계속 빨래를 하지 않게 될 때는 외출 자체가 불가능해 집니다.

 

집안일은 이렇게 내 삶의 아주 기초가 되는 티 안나는, 귀찮은, 하지만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이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될 때, 예로 들었던 것처럼 외출 자체가 불가능해지듯이, 우리의 삶도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내 삶을 지키는 것이 직장이나 월급처럼 쉽게 눈에 보이는 것들만 생각하기 쉽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해나가고 있는 이 작은 집안일들이 바로 숨은 공로자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좀 노력한 티도 나고,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일들, 하찮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일들, 이런 것들을 멀리하고 게을리하게 될 때, 결국 삶의 질서가 무너집니다. 관계도, 일도 모든 것이 마찬가지 입니다. 내 삶을 지키는 기초적인 작은 일에 집중해야 내가 올바로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 집안일 하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귀한 깨달음과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기쁨이 되고, 매 순간 훈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개놓아야 할 빨래가 눈에 들어오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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