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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내가 주도하는 삶이 행복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9-06-25 13:29:11

내가 주도하는 삶이  행복입니다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제가 몸 담고 있는 기관(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편한 일 중 하나는 상습주취자가 자살을 암시하며 당장 오라거나,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등등 여러 불가능한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응해야 하는 실무자는 주취자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게 되었을 때, 혹여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될까 두렵고, 그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불안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상습 주취자들은 실무자들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것을 이용하며, 실무자들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을 실무자들이 맞닥드릴 때, 겪는 어려움은 상습 주취자가 하는 행위를 넘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도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주취자가 자신의 생명을 볼모로 협박을 하고 있어, 실무자인 내가 무엇도 주도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기관에서 제가 경험하는 일 외에도 주도성을 잃게 되는 일은 가정에서도 일어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저희 아이들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계속 마주하면서, 식사, 청소, 씻기 등 제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없는 상황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심지어는 잠들기 직전까지 침실에서도 주도권을 잃게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핸드폰으로 SNS와 유튜브를 보며 멍하게 1~2시간을 훌쩍 흘려보내고 나서 느끼는 공허함이 주도성을 잃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가정, 학교, 직장 등 내가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주도성을 잃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주도적이지 못한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은 떨어지게 됩니다.

 

무언가에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 때에야 사람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고 삶의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충실하고 보람되게 보내고 나서 잠자리에 누웠을 때 경험하는 만족감이 있는 매일 매일의 삶을 산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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