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와 조언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다수의 사람들이 누군가의 고민에 대해 얘기를 들으면서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헤아리고, 그것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감하는 대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충고나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충고나 조언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충고와 조언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충고와 조언이 정말로 기발하고 새로운 방법이지 않는 이상 그 정도는 이미 당사자도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알콜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이 술을 끊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듯이, 답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상대방이 충고나 조언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얘기할 때 우선적인 욕구는 바로 이해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공감 받고 싶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지 충고와 조언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셋째, 충고와 조언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충고와 조언에는 ‘너는 그것도 못하고 있냐!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아는데 넌 왜 모르고 있냐, 답답하다.’와 같은 비판과 비난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고와 조언하는 사람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함, 부족함, 열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넷째, 충고와 조언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통해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물론 그 사람의 상황을 그 사람의 말로 듣는 것이지만, 100%의 상황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말로 이야기 되어진 부분보다 이야기 되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훨씬 많고 그러한 것들이 미치는 영향 역시 많기 때문에, 우리가 전달받은 내용을 통해 우리가 내리는 충고와 조언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그것을 나 자신의 인생경험에 빗대어서 재해석하고 답을 내리기 때문에 그것은 나의 방법이지 상대방에게 맞는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4가지 이유로 충고와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충고와 조언은 전혀 하지말아야 하는 무익한 것일까요? 충고와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물어볼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죠?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경우입니다. 물어볼 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그 답을 얻는 것도 당사자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이럴 때의 조언과 충고는 당사자로 하여금 무능력감을 들게 하지 않습니다. 

​충고와 조언 보다는 공감을 필요로 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조급해서, 우리가 더 듣기가 힘들어서 성급하게 충고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위축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려 깊은 듣기는 충고와 조언을 아끼고,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듣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