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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저희 애가 왜 자꾸 동생을 때리죠? 왜 말을 하면 안 들을까요?(합리적인 기대감 갖기)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8-12-24 13:37:37

저희 애가 왜 자꾸 동생을 때리죠? 왜 말을 하면 안 들을까요?

(합리적인 기대감 갖기)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제게는 현재 4, 2살인 아들이 둘 있습니다. 두 아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에게 합리적인 기대를 갖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면,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정말 자주 보게 됩니다. 다툰다기 보다는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때리거나 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도 저희 큰 아이가 동생을 미는 일이 있었고, 둘째 아이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그 순간, 저 역시 왜 동생을 밀어! 너도 똑같이 당해봐! 얼마나 아픈지!’ 라고 말하면서 밀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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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순간에 조금만 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저희 큰 아이가 동생을 밀친 이유를 보니, 정말 아끼던 장난감(옥토넛)이 있었는데, 둘째가 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는 밀어버린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렇다고 밀면 안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 겨우 4살인 아이가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을 건드리는 동생을 보면서 참고, 양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인내하고 양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고 나서 제가 첫째 아이를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의 표정에서 불만과 또 한편으론 혼이 날까봐 긴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화의 시작을 율아, 동생이 옥토넛 건드려서 많이 속상했지?”라고 말을 건네자 갑자기 아이의 눈빛이 바뀌었습니다. 아이의 그 눈빛에서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너무 기쁘고, 놀라워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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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아이는 맞아~!” 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제게 안겼습니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밀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동생에게 건드리지 마라고 말로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아이는 알겠어요 아빠. 준이 밀지 않을게요라고 말하며 제 가르침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채 1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첫째 아이는 또 다시 동생을 밀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에 대해 부모가 합리적인 기대를 가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기대는 첫째, 겨우 4살인 아이가 인내심을 발휘하며 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둘째, 아이들은 똑같은 문제를 수 없이 반복하게 됨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충분히 인내심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고, 문제행동을 바로 고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에 대해 한 번 말하면 들어야 된다’, ‘아이들이 절대로 다퉈선 안 된다등의 비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으면, 끊임없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됩니다. 반면에 아이는 아직 어리고, 말을 해도 안 들을 수 있고, 여러 번 다툴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을 때, , 아이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 좀 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기 시작할 때, 스스로 문제행동을 줄여나갈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지만, 모든 관계가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만, 그 잘못된 행동 이전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을 때, 잘못된 행동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사람이 곁에 있나요? 혹시 내 자신이 상대방을 향한 기대가 비합리적이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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