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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인간다움’은 타인의 역경, 고난과 함께할 때 비롯됩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02-05 15:08:08

‘인간다움’은 타인의 역경, 고난과 함께할 때 비롯됩니다.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지금의 시대는 우리로 하여금 광대한 지식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손 쉽게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높은 접근성에 비해 아쉬운 것은 많은 부분이 실제적인 지식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직접적 경험을 해서 아는 것이 아닌 간접적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간접 경험을 통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위험성, 특히나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저는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무엇으로 인한 불편감이었을까요? 제가 만난 그 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여유로운 저의 삶을 보며, 누구나 같은 사람인데 살아가는 조건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것에 인간적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그런 불편감을 느끼지 않고 싶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그 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만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저에게 다가온 한 가지 역사적 사실이 저로 하여금 마음과 행동을 돌이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저에게 다가온 역사적 사실은 바로 홀로 코스트에 관한 것으로, 수 많은 유대인의 학살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은 직접적으로 학살을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명령에 따라 수 백만명의 유대인을 수용소로 보냈고, 결국 끔찍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역사적 사실이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저는 직접 경험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이히만이 그 수 많은 유대인 학살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목격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계속 그런 일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저는 직접 목격했다면 달랐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아이히만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게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삶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때, 우리는 얼마든지 그 고통을 가벼이 여기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처럼 여길 수 있습니다. , 우리도 유대인 학살과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히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제게 불편감을 주었던 어려운 처지의 그 분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분의 고통스러운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함께하며, 제가 느끼는 부담감에 따라 제가 도울 수 있는 것, 혹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타인의 역경과 고난이 우리에게 주는 불편감과 부담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때, 피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피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며 느끼는 부담감에 따라 행동하는 삶을 살게 될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다움이 우리들의 삶 저변에 퍼져가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인간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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