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저희 아들 율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파악 하지는 못했지만, ‘아니야, 그건 잘못된 거야!’라고 아내에게 심하게 소리를 지르는 율이의 모습을 보며, ‘이건 좀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뒤이어 이런 일을 그냥 내버려둘 때, 예의 없는 사람으로 크게 될까봐 걱정과 불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도 화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노율! 뭐하는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율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격양된 감정 속에서 율이에게 율아 엄마나 아빠한테, 어른한테 소리지르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율이가 ‘아빠도 소리지르는 거 잘못된 행동이야!’ 라고 말을 하며,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네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아빠가 큰 소리내는건 괜찮다’고 강하게 율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율이는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계속 자기 주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조급함이 들었고, 급기야 구두주걱을 가지고 와서 율이의 발바닥을 한 대 때렸습니다. 그제서야, 율이는 울면서 저에게도, 엄마에게도 소리 질러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과연 내가 잘 한 것일까,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돌아보며, 스스로 반성하게 된 점이자, 향후에 아이들을 대할 때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나눠봅니다.
첫째, 율이가 처음에 왜 소리를 질렀을지에 대해 충분히 율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율이가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잘못되었을지언정, 율이의 그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던 감정은 율이에게 사실이며, 행동이 아닌 그 감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먼저 율이에게 ‘많이 속상했구나, 무슨 일이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니?’라고 물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만약에 율이가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 확실하고, 제가 논리적인 모순 없이 율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한다고 하더라도, 율이와 신뢰관계가 없으면 율이가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율이와 평소에 제가 잘 놀아주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은 경우라면, 저도 율이를 더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율이도 저의 지적에 대해 좀 더 잘 수긍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율이와 놀아주고 있지 않다가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하기 위해 아빠라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아마도 율이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더라도, 제 앞에서 잘못했다고 시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친밀감을 쌓기 위해 함께 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 양육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모든 대인관계에서도 저의 깨달음이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아무리 지적하고 논리적 타당성을 갖춰 설득, 충고하려고 한들, 정서적인 친밀감과 그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정서적인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정서적 친밀감과 정서적 존중은 결국 상대방 입장에서 서 보려고 하는 노력을 통해 쌓여갈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결국 내가 맺는 관계의 건강성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