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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자기다움'에 대하여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04-10 10:31:45

'자기다움'에 대하여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최대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의 평가, 판단을 받지 않기 위해 종종 자기다움을 숨기며, 때로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부정하며 살아갑니다. 반면에 외부의 판단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혹은 옳다고 믿는 것을 기꺼이 드러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삶을 용기있는 삶이자 자기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두 가지 이유(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또 내 이웃의 성장을 위해)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제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며, 이것은 철저하게 제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제가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며 정리해왔던 것들이 현재의 제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가장 큰 밑거름이 되어왔음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지금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즉, 이미 지나간 저의 모습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저에게서 좀 더 나아져야 할 부분을 찾아나가는 작업이 바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처럼요.

 

제 자신을 드러내는 두 번째 이유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것을 겪었고,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조금 안심하게 되고, 또 자기 자신이 지나치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제가 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도 ‘아~ 나를 조금 솔직하게 꺼내놓아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게끔 도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상의 두 가지 이유로 나 자신을 드러낸다고 해도,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습니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와는 생각이 다르거나, 나의 표현 방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등등의 다양한 평가, 비판, 심지어는 비난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외부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갈 때, 사람들은 포기하게 됩니다.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것을요.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의 방식에 맞추고 따르며, 누군가에게도 평가나 판단 받지 않을 만큼의 안정지향적인 삶을 살고자 애쓰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억누르면서 말이죠. 그러한 삶을 과연 ‘자기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생각, 습관, 삶의 방식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거나,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며, 각자의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판단과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나를 나로서 드러낼 수 있는 것, 나 자신을 과시하고자 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삶은 용기 있는 삶이며, 그것이야 말로 자기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산다는 것, 자기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도전에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저와는 다른 타인들마저도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가슴 아플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누군가의 생각 역시도 그 누군가의 고유한 자기 자신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제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판단과 평가를 받는 위험에 처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판단과 평가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은 더 용기있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자기다운 삶’을 살도록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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