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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10-14 09:13:17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늘 곁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고, 가슴 아픈 그런 일들이 나에게는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혹은 나에게는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삶에서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인생의 크나큰 고통을 경험하는 순간들은 오고야 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가 해오던 일들, 내가 맺어오던 관계들은 나에게 다시 내가 해왔던 과업들을 해나가기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도, 사별을 경험할 때 애도(哀悼)의 과정을 잘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약 10년 전, 사랑하는 저의 부친을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랜 기간 암 투병으로 몸이 쇠약해지신 저의 부친의 모습을 지금 떠올려 보면, 사별의 순간이 오리라는 짐작을 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인하고 싶었겠죠. 그러던 어느 날, 이별의 시간은 찾아오고,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일일지라도 너무나도 당혹스럽고, 갑작스러운 그 순간들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장남이었던 저에게는 당황하며, 슬퍼하며 주저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망진단서를 확인해야 했고,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결정들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짧은 장례의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다른 일들에 신경쓰느라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고, 충분히 울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남아 한 동안 홀로 부친을 생각하며 많이도 울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는 저의 지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는 경험을 할 때,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추억하고, 또 충분히 울라는 말을 건네곤 합니다. 남겨진 다른 유가족들을 의식해서, 혹은 장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들 때문에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떠나간 사랑하는 그 사람을 온 마음 다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충분히 아주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좋은 애도(哀悼)’라고 생각됩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최근에 상실의 경험을 하셨거나, 혹은 옛 기억이 떠오르신다면, 참지 마시고 충분히 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슬픔을 계속 비워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우리의 남겨진 삶에 보다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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