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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길을 잃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12-07 08:22:36

길을 잃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울산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노승현

 

 

길을 잃어 본 적 있으신가요?

 

몇 해 전,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일행이 나눠져서 관광을 하고 분명히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영어를 못하니, 언어도 통하지 않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정말 당황스러웠죠. 급한 마음에 막 이리 저리 달려보기도 하다가, 뒤늦게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해서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길을 잃어버리면, 핸드폰을 꺼내 지도앱(app)을 이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로 내 위치입니다. 동그랗고 파란 점이 현재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려주죠. 그리고 그 위치를 바탕으로 우리는 길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됩니다.

 

인생을 여행이나 길로 비유해 볼 때, 우리는 가끔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방황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죠. 이런 시기에 사람들 마다 대처하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해야 된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뭔가를 하기 이전에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지도앱을 이용하듯,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게 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도 하게 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길을 잃고, 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다녔던 것 처럼요. 그래서 인생의 방황에서도 먼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핸드폰의 지도앱 대신 종이와 연필을 꺼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 너무 외롭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슬프다거나 등등의 감정과 생각나는 일들을 그냥 적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의 규칙은 단 하나입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것입니다. 잘 적어야 된다거나, 글씨를 예쁘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렇게 글을 적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속이 후련할 수도 있겠고, 또 눈물이 나서 계속 글을 쓰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고, 여러 가지 반응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끝까지 글을 쓰고 나면, ‘~ 내가 이랬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내가 나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면서,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자신 안에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바깥으로 꺼내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구조화 되고,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되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해 봐야겠다’,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 자신감, 혹은 긍정적 감정들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부터가 바로 나의 인생이라는 길을 찾아나서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생의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 아니면, 작은 방황을 하고 있다면, 바로 지금, 먼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기 위해 펜과 종이를 들어 자기 자신을 만나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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