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6.9명으로, 십만명당 26.9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의미로, 실제 2019년 한 해 동안 자살 사망자 수는 13,799명입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일이 멈춰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저는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여러 가지 크나큰 어려운 일을 맞닥뜨리게 될 때, 걱정과 염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변에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게 되거나, 혹은 가까운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취하게 되는 태도 중 하나는 바로 함구하는 것, 즉,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생각에 입을 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빼두고, 공허한 이야기들만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당사자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는 경우라면, 그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예의를 갖춘다고 물어보지 않는 것은 관계에서 아주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용기가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관계의 진전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저는 지인 2명을 통해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서 내면의 깊은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자녀 계획을 앞두고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가 만약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가지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꺼냈습니다.